미국의 패션 스타트업 피네스(FINESSE)는 AI와 고객 투표를 상품기획 과정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상의 트렌드와 소비자 반응을 분석해 여러 디자인을 3D로 구현한 뒤 SNS에 공개하고, 고객 투표에서 높은 반응을 얻은 제품을 실제 생산하는 방식인데요. 디자이너와 경영진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대신, 고객 데이터를 제품 개발과 생산 의사결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선 판매 후 제작' 방식을 실천하고 있는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네스는 자체 AI 알고리즘과 고객 투표를 결합해 생산할 제품을 결정함으로써 과잉 생산과 재고 폐기 가능성을 낮추고, 보다 효율적인 공급망과 윤리적인 생산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핵심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것뿐 아니라, 팔릴지 알 수 없는 제품을 먼저 대량 생산하던 기존 패션업계의 방식을 바꾸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피네스의 이런 제작 방식이 획기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AI를 활용한 수요 검증이 효과를 내려면 확인된 수요를 실제 제품으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소량 생산 체계와 유연한 공급망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AI가 런칭 전의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면, 공급망은 검증된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해주는 핵심 전략입니다.
그렇습니다. AI 기술은 더욱 고도화될 것이면 우리의 산업에 더 깊이 파고들 것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진출, 패션 브랜딩의 성공은 경쟁력있는 공급 인프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브랜드와 플랫폼이 패션시장의 주도권을 쥐면서 국내 의류 제조기업의 경쟁 기준도 ‘생산량’에서 ‘시장 대응력’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단순 임가공과 OEM 생산을 넘어 상품기획과 소싱, 테스트 생산, 신속 리오더까지 책임지는 공급망 파트너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난 7월 24일 금천구 G밸리 기업시민청에서 진행된 ‘G-패션 제조산업 활성화 기업세미나’는 ‘온라인 브랜드 시대, 제조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주제로 제조기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 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소량 테스트와 신속한 리오더, 원부자재 확보와 납기 단축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한다면 서울 의류 제조기업은 해외 대량생산 공장과 차별화할 수 있습니다. 제조기업이 판매가격에 적합한 제품 사양과 소재를 제안하고 패턴·샘플·원가·품질·납기까지 관리하면 브랜드의 외부 상품기획실이자 생산본부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 브랜드라는 배경만으로 관심을 얻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콘텐츠와 경험으로 끊임없이 설명해야 합니다. “지금 중국에서 성공하는 브랜드는 좋은 디자인을 가진 브랜드가 아닙니다. 소비자의 공감을 얻는 메시지를 매일 대화하듯 전달하는 브랜드입니다.” 중국의 24KR(중국 우한 헝룽광장에 K-패션을 특화시킨 편집 쇼핑몰)의 가오지광 대표의 말입니다.
이 말은 스트리트 캐주얼과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브랜드가 중국 진출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과제입니다. 국내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었거나 상품 완성도가 뛰어나다는 사실만으로 중국 소비자에게 선택받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브랜드의 정체성을 중국의 플랫폼 문법과 소비 속도에 맞춰 매일 전달할 조직이 필요하고 상품과 콘텐츠, 공간, 커뮤니티 삼박자를 맞춰 현지화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