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뉴스레터에서 호카(HOKA) 소식을 전해드린 이후, 업계에서는 그 후폭풍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관심의 중심은 러닝 시장 정상급 브랜드로 자리 잡은 호카의 국내 사업권 향방입니다.
이미 지난해 재계약 시점 전후로 국내 주요 패션 대기업들이 물밑에서 검토에 들어갔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온 터라, 호카 본사의 계약 해지 통보는 잔인한 결정이었지만 동시에 타 패션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계약 해지 소식이 전해진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여러 대기업들이 내부 검토와 접촉을 시작했다는 소문도 업계에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2021년 매출 132억 원에 불과했던 조이웍스는 불과 3년 만에 820억 원 규모로 외형을 키웠고, 이는 약 6.2배 성장에 해당합니다. 그 성장의 상당 부분에서 호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만큼 호카는 여전히 매력적인 ‘블루칩’ 브랜드입니다. 과연 누가 이 브랜드를 차지하게 될 것인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호카의 글로벌 본사인 데커스(Deckers)가 어그(UGG)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에서 어그를 전개 중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합니다. 다만 최종 결정까지는 적지 않은 변수가 남아 있어 결과를 단정하기는 이른 상황입니다.
한편 2026년을 기점으로 전개사가 변경되는 브랜드들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오는 3월부터 여성복 마쥬, 산드로, 끌로디피에로와 남성복 휘삭을 새롭게 전개합니다. 이들 브랜드는 프랑스 SMCP 그룹 소속으로, 2월 28일 아이디룩과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 삼성물산으로 전개사가 변경됩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기존 운영 중인 매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며, 초기에는 100% 수입 형태로 운영하면서 고급화 전략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여성복 시장에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삼성물산에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다만 아이디룩의 입장을 떠올리면 씁쓸함이 남습니다. 아이디룩은 1998년 편집숍 ‘메이즈메이’를 통해 마쥬를 국내에 처음 소개했고, 2004년부터 단독 브랜드로 분리해 무려 22년간 전개해왔습니다. 산드로 역시 2013년 코오롱으로부터 판권을 인수해 12년 동안 키워온 브랜드입니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수백억원을 투자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지켜오고, 독자 시장을 만들어왔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LF는 8년간 전개해온 핏플랍을 정리하는 대신, 1월 1일부터 우포스(OOFOS)의 국내 유통 및 운영을 맡았습니다. (*핏플랍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으로 전개사 변경) 우포스는 발 아치를 잡아주는 쪼리와 슬리퍼로 잘 알려진 리커버리 슈즈 브랜드로, 특히 MZ 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높여온 브랜드입니다. 국내에서는 30여년 전통의 신발 수출 기업 프라임네트웍스가 2012년부터 13년간 전개해왔으며, 올해부터 LF로 전개사가 바뀌게 됐습니다.
물론 수입·라이선스 브랜드의 전개사 변경은 업계에서 드문 일이 아닙니다. 글로벌 본사는 더 적합한 파트너를 찾고자 하고, 국내 전개사 역시 더 나은 브랜드를 모색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다만 이번 사례들을 보며 씁쓸함이 남는 이유는, 새로운 전개사들이 모두 자본·조직·인프라를 갖춘 대기업인 반면, 기존 전개사들은 대부분 중소 규모 기업이었다는 점입니다. 동등한 경쟁을 하긴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50조 원 규모의 국내 시장에서 전개할 브랜드를 둘러싼 경쟁도 중요하지만, 2,500조 원에 이르는 글로벌 패션 시장을 무대로 활약할 브랜드를 키우는 데 더 많은 투자와 시도가 필요하지는 않을까요. 휠라, MCM, 아이더처럼, 혹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코오롱스포츠처럼 해외에서 통하는 K-글로벌 브랜드가 더 많이 등장하길 기대해봅니다.
클로버추얼패션,
Style3D 상대 저작권 침해 소송 최종 승소
글로벌 디지털 의상 솔루션 기업 CLO Virtual Fashion(이하 클로버추얼패션)이 3D 패션 소프트웨어 ‘Style3D’를 운영하는 Zhejiang Lingdi Digital Technology Co. Ltd.(이하 Linctex)를 상대로 제기한 소프트웨어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중국 법원으로부터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고 15일 밝혔습니다.
클로버추얼패션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 인민법원이 이날 선고한 최종 판결문에서 Linctex가 클로(CLO) 소프트웨어의 해킹된 버전을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로 반복적으로 사용했으며, 해당 행위가 명백한 상업적 목적을 띤 불법 사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중국 내 디지털 기술 산업 전반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한 사례로 평가하고 있으며, 향후 국내 패션 테크 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도 해외 기업 간의 저작권 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