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시작된 더위를 못 이기고 이른 여름 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제가 잠깐 서울을 비운 사이 성수동에서는 핫(?)한 팝업스토어가 열렸더라구요. 바로 알·테·쉬의 마지막 주인공 ‘쉬인(SHEIN)’의 오프라인 첫 팝업스토어였는데요, 지난 7월 8일부터 14일까지 연무장길 33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성수동 팝어스토어에는 ‘쉬인’의 DAYZ 모델인 김유정의 화보가 대형으로 걸렸고 여러 언론들이 이를 전했습니다.
직접 방문은 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현재 스코어로는 ‘소문난 잔치’로 끝나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루에 천여 스타일의 트렌드를 제안하고 이커머스의 귀재인 만큼 미국, 유럽의 SPA 시장을 섭렵하고 있는 성과와 달리 한국에서 오프라인으로 공개된 모습은 다소 초라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룹니다. ‘쉬인, 국내 첫 팝업부터 짝퉁 논란’(매경인코너미), ‘쉬인 첫 팝업가보니…20%나 비싼데 여기서 왜 사나’(조선비즈)’, 쉬인 성수동 팝업 첫날 ‘망신살’(한국경제)’ 등 언론에서는 비판적인 기사 일색이었습니다.
패션 전문가들 역시 감동받지 못한 컨셉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보그인터내셔널 김강화 대표는 “쉬인 성수동 매장, VM의 아쉬움을 느낍니다“라고 평했고, 오프라인 매니지먼트 전문가이신 조강현 전무는 “지난 주 안구정화하고 왔는데…10분 만에 눈을 버린 SHEIN”이라고 혹평을 하기도 했습니다.
‘쉬인’의 오프라인 첫 시도는 다소 실망스럽다는 평이 우세하네요. 하지만 현재 글로벌 마켓에서 선전하고 있는 ‘쉬인’은 결코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쉬인’의 국내 공격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요? ‘쉬인’에 대적할 만큼 빠른 트렌드와 완벽한 물류 시스템을 자랑하는 ‘아뜨랑스’ 정기열 부대표님을 만나봤습니다. 리테일의 귀재로 꼽히는 그에게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지 인사이트를 얻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이번 여름 휴가지는 런던이었는데요, 서울보다 시원한 날씨에 순간 가을인가 착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러 여행지 중 인상깊었던 곳은 V&A(Victoria and Albert Museum)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여왕과 그의 남편 알버트경의 이름을 딴 V&A는 장식 공예품과 디자인 전문 박물관으로 유명한데요, 특히 패션을 포함하고 있는 특별한 뮤지엄입니다. 대영박물관, 내셔널갤러리도 좋았지만 의상학도였던 저에겐 V&A에 만난 우연한 전시는 뜻밖의 감동이었습니다. 바로 지난 6월 22일부터 진행된 [NAOMI IN FASHION]으로 알렉산더 맥퀸, 샤넬, 베르사체, 장폴고티에 등 쟁쟁한 디자이너 브랜드를 빛나게 했던 나오미 캠벨의 40년 히스토리를 고스란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패션 모델을 주제로 한 영국 최초의 전시로 시작 전부터 화제가 되었고, 전시 기획에만 3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V&A는 어떻게 힙한 박물관이 되었나?
이를 감상하면서 V&A에 대해 관심이 더욱 가게 되었는데요. 1852년 생겨난 이곳은 독특한 컨셉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젊은 층의 외면을 받아 이를 해결하는 것이 오랜 과제였다고 합니다. 172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박물관이지만 10~30대 젊은 고객들에게는 인지도가 낮아 고민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최근 몇 년사이 영국은 물론 해외에서 엄청 화제가 되고 있고, 젊은 층에서도 힙한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번 나오미 캠벨 전시회도 그렇지만 곧 진행할 미국의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전시회로도 또 한번의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스위프트 앨범 재킷과 활동 당시 착장했던 16벌의 의상이 전시될 예정입니다.
V&A가 젊은 박물관으로 유명세를 되찾은 비결은 권위를 깬 마케팅이었습니다. 지난 2017년 신임 관장으로 부임한 트리스트람 헌트의 독특한 운영 전략이 통했던 거죠. 그의 지휘아래 V&A는 유명 작품들을 복제한 전시, 위트있는 SNS 마케팅을 펼쳤고 젊은 층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시 영역의 컨셉을 확장했습니다. ‘당신의 모든 관심사를 담겠다’는 방향 아래 슈퍼모델, 팝가수의 전시까지 기획에 성공했네요.
V&A의 마케팅 책임자는 한 인터뷰를 통해 “V&A의 경쟁 상대는 다른 박물관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하는 일이에요. 우리가 사람들의 삶과 연관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리뉴얼, 리브랜딩…외형만 바뀌어서는 안됩니다.
제가 V&A의 리프레쉬 전략을 보면서 최근 국내에서 대대적인 리브랜딩 전략을 펼치고 있는 한 기업이 연상되었습니다. 데상트코리아는 내년 봄 4개 브랜드의 리브랜딩을 꾀하는 과감함을 보이고 있는데요, 요즘 소비자들을 겨냥해 젊어지고 그들의 라이프를 닮겠다는 의도가 명확했습니다. 신념이 명확한 만큼 이를 풀어가는 방법에 있어서도 세련됨과 진보적인 요즘 방법들이 동원되길 기대해봅니다. 시대에 따라 정체성은 지키되 방법은 바뀌어야 합니다.
지난 7월 2일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에서는 코트라와 양주시가 개최한 [해외바이어 초청 수출상담회 및 컨퍼런스]에서 디토앤디토는 전체 행사 기획 및 컨퍼런스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컨퍼런스는 중국 바이어들과 경기 소재 기업 CEO를 대상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인 만큼 한, 중 두 패션시장의 화제에 집중했습니다.
7월 10일에는 [디자이너 &리테일러 토크콘서트]가 열렸습니다. 부산패션창작스튜디오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컨퍼런스는 내공이 남다른 ‘8 DIVISION’의 오인찬, 허신구 두 대표님을 모시고 새로 시작되는 오프라인 편집숍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